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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회전목마 – 히사이시 조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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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gopa. 가고파


약속 /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행 복 /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함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

물/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 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푸른 것만이 아니다 / 천상병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듯이 안 보일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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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eric Delarue – The Colors Of 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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